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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계보2] 이 세대를 심판하러 왔다는 남방여왕(192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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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계보2] 이 세대를 심판하러 왔다는 남방여왕(1920년대)
  • 정윤석
  • 승인 2018.09.1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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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계보]이단·사이비의 뿌리 -가짜 재림주를 중심으로-

[이단·사이비의 뿌리 1편 - 새시대의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이순화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이름도 재밌는 사람이 한명 등장합니다. 1920년대에 활동한 남방여왕이에요. 남방여왕이라는 익명의 교주는 약 10년 동안 한반도 각지를 순례하며 이단 사상을 퍼뜨렸다는 전설(?)의 여인입니다. 이순화 교주에 이어 한국교회 이단계보의 첫 페이지는 여성들이 장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죠.

“한국교회의 부흥회를 통해서 불건전한 성령 운동자들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런 운동자들이 교회를 어지럽히고 교인들을 오도한 폐단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소위 ‘남방여왕’의 출현이었다. 그는 많은 남녀 수행원을 데리고 여러 지방을 순회하면서 교회당을 빌어 집회를 가지며 목사들을 비롯해서 평신도들에게 안수를 하였다. 그는 만병통치의 기적을 행한다고 소문이 퍼져 있었다. 매일 아침에 신약의 계시록을 첫장에서부터 끝장까지 꼭 한번씩 통독한 뒤에 병자에게 안수 기도를 하면 만병이 치유된다는 것이었다. 1929년 김해읍 교회를 그가 찾아와서 집회를 열려고 했을 때 조승제 목사가 거절하였다. 그의 선임자 이기선 목사는 그 여왕에게 여러번 안수도 받고 교회당을 빌려 주어서 집회를 할 수 있게 했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한 주간이 지나서 그 여왕은 그를 수행하던 한 남자와 마산선 진영역전 여관에서 음행하던 현장에서 경찰에 발각되고 그 행위가 상습적인 것임이 인정되어 송치되었다”(이장식, 한국교회의 어제와 오늘, 대한기독교출판사, 1990년 5판 189~190쪽에서 조승제, ‘목회여담’, 향린사, 1965, 96페이지 재인용).

▲ 한국교회 초기 이단계보의 최상위에 올라 있는 이순화와 남방여왕(CBS 변상욱의 싸이판)

남방여왕의 행적과 관련한 자료는 매우 빈약합니다. 그러나 위의 자료에서 몇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시록을 통독했다 △만병통치의 기적을 행한다고 했다 △안수 기도를 하면 만병이 치유된다 △수행하던 남자와 음행했다 등입니다. 100년전의 교주였지만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사이비 교주들과 유사성이 있지요?

이 익명의 여성의 이름이 남방여인이었던 이유는 마태복음 12장 42절을 근거로 합니다.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일어나 이 세대 사람을 정죄하리니 이는 그가 솔로몬의 지혜로운 말을 들으려고 땅 끝에서 왔음이어니와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느니라.” 성경의 원 뜻은 솔로몬보다 더 크신 그리스도를 강조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이단·사이비 교주들의 해석이 그렇듯 엉뚱하게도 그리스도가 아닌, ‘남방여왕’을 심판자로 해석하고는 자신이 곧 심판 때에 이 세대 사람을 정죄하는 ‘그 사람’임을 강조하는 해석을 한 겁니다. 세상 끝날에 심판을 담당할 새로운 브랜드로 남방여왕을 내세운 거죠.  

이순화 씨나 익명의 여성 남방여왕은 기독교계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재림주 계보의 첫 페이지에 넣는 이유는 교회를 다녔고, 교회를 무대로 활동했음에도 스스로를 신탁을 받은 사람, 또는 마지막 심판 때의 메신저로 자신을 신격화했기 때문입니다. 이순화 교주와 남방여왕이 기독교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자료 또한 부족해 간단하게 정리하는 걸로 대신합니다. 그러나 이후부터 조금 다른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상호간 영향을 주고 받기도 했고 현재 한국교회 언저리에 성행하는 이단·사이비 교주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 내용은 다음편에 연재하겠습니다. 

문: 여성의 위상이 높지 않은 시대였는데 이단 재림주 계보에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네요?
- 네, 남방여왕이 활동하던 때는 일제 강점기예요. 그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위상은 지금에 비하면 매우 미미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도 이게 종교의 영역으로 오면 크게 달라집니다. 특히 이단 재림주의 계보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큽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단사이비 단체의 2인자격 여신도, 또는 여성들을 주시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안상홍 교주의 사후 여자 하나님으로 등극한 사람이 장길자 씨입니다. 통일교의 문선명 교주가 2012년 9월 3일 사망한 후 현재 권력을 장악한 사람도 한학자 씨입니다. 정명석 씨가 10여년간 감옥에 가 있는 동안 그가 설립한 기독교복음선교회를 10여년간 큰 타격없이 이끌어간 사람도 정조은 씨입니다.

문: 남녀유별이라는 유교적 가치관이 강할 때, 이미 남녀수행원을 데리고 다니다가 음행했다는 남방여왕의 행태는 충격적입니다.
- 신흥종교나 사이비 종교에서는 교주가 ‘하나님’ 또는 재림주로 불려요. 그들이 메시아로 신봉되다보니 이것이 ‘주여 나를 받으시옵소서’, ‘드려요, 모두다, 주님께 드려요’라는 고백을 할 때 그 대상을 영이신 하나님이 아니라 그 하나님이 들어와서 역사하고 있는 교주와 동일시하는 현상이 생기지요. 그래서 정상적 사고를 가질 때, 도덕성을 갖고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허용하게 되는 거예요. 신에 대한 순종과 불순종의 개념으로 성적 문제, 이상 행동까지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교주와 몸을 섞으면 그건 하나님에 대한 순종, 나아가 신과 교접한 것으로 생각해 ‘영광’이라고 여기는 집단도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거절하면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으로 지탄을 받는 거예요. 이단사이비 단체 내에서 부도덕적인 행각이 발생해도 쉽사리 노출되지 않는 건, 이것을 신앙적으로 착각해서 생각하는 수많은 피해자 아닌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남방여왕의 성행각은 경찰에 발각돼 제재를 받게 됐으니 다행이네요[다음은 김성도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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