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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 ‘구속사’ 다시 쓴 신옥주·이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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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 ‘구속사’ 다시 쓴 신옥주·이재록
  • 정윤석
  • 승인 2018.08.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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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외화반출·감금·폭행 & 李여신도 상습 준강간·횡령 등 혐의 다양

기독교에서 구속사(救贖史)는 창세전부터 정하신 하나님의 작정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중심으로, 타락한 죄인들을 구원하는 전 역사를 가리킨다. 이 구속사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이단 교주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구금된 전력, 즉 拘束史로서다. 2018년 한해는 두 명의 이단 단체 지도자가 구속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만민중앙교회(만민)의 이재록 씨와 은혜로선교회(은혜로)의 신옥주 씨가 그들이다.

▲ 긴급 체포 후 구속된 신옥주 씨(기독교포털뉴스DB)

李와 申 언제 무슨 이유로 구속됐나?
신 씨는 2018년 7월 25일 은혜로측 지도부 3명과 함께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인천국제공항에서 긴급체포된 뒤 하루 뒤인 26일 구속됐다. 신 씨 등은 지난 2014년 경부터 신도 400여명을 남태평양의 피지 섬으로 이주시킨 뒤, 일부를 감금하고 집단 폭행한 혐의(특수상해)를 받고 있다. 특수 상해 외에도 외화반출, 노동착취, 감금, 사기, 아동학대 등 혐의점만 무려 11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측 ‘은혜로’는 십수명의 신도들이 특정 신도를 둘러싸고 자신들 만의 독특한 의식이라며 집단 폭행(일명 타작마당)을 벌여왔다. 아울러 해외 이주비 명목으로 일부 신도들에게 헌금을 요구하고, 이탈을 막기 위해 피지로 간 신도들의 여권을 빼앗았다는 의혹까지 나온 상태다. 고소한 신도만 9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도부 3명과 함께 구속된 신 씨와 달리 이재록 씨는 2018년 5월 3일 단독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피의자의 지위와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씨는 20여 년 동안 만민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상습준강간)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종교 지도자라는 지위와 권력, 피해자들의 신앙심 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신도들이 낸 헌금 가운데 매년 수십 억원 씩 강사비로 챙긴 돈이, 파악된 것만 100억 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6명의 신도들이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측 주장, 그리고 은혜로와 만민측의 반론
신옥주 씨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피해 사례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8천 100여 km 떨어진 피지가 대환란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라며 신도들에게 3천만원씩 헌금을 받고 이주를 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3천만원이 없는 사람은 교회측에서 차용증까지 받고 돈을 빌려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피해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3천만원은 은혜로교회측과 관계된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명목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상낙원인 줄 알고 이주를 했지만 신도들은 밤낮 노역에 시달리며 지옥같은 생활을 했다는 게 피해자측 주장이다. 밤낮으로 쉼없이 노동을 해야 했고 자식이 부모를 100~200대씩 타작을 하고 심지어 “600~700대를 맞아서 반 병신이 됐는데 도저히 회복이 안돼서 한국에 왔다가 죽은 사람도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타작을 당하던 중 명치를 맞아 피지를 탈출한 A신도는 인천에 숨어 있다가 은혜로측 신도들에게 납치된 경우까지 있었다. 경찰은 아동학대 여부도 가리기 위해 신도 자녀 전수조사도 착수한 상태다.

▲ 피지를 대기근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땅으로 알렸던 은혜로교회

이런 피해자측 주장에 대해 은혜로측은 △세계적인 대기근에 대비해 성경 말씀에 따라 자발적으로 피지에 왔다 △‘타작마당’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책망하고 서로 훈계를 하는 그런 차원에서 하는 거다 △(회복이 안돼 죽은 분은)일흔이 넘으셨고 (귀국 후에) 간경화로 돌아가셨다고 반론하는 중이다.

이재록 씨측 성폭행 피해자 중 A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씨가 자신의 개인 거처를 알려줬다 △다른 사람들한텐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찾아가자 이 씨 혼자 있었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면 더 좋은 천국에 갈 것이다고 설득했다 △성에 대해 잘 몰랐던 자신을 성폭행했다 △이 씨는 천국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것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피해자 B씨는 이 씨가 △여기는 천국이다 △아담과 하와가(에덴동산에서) 벗고 있지 않았냐 △(너도) 벗으면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범죄 행위는 ‘더 좋은 천국’, 또는 ‘에덴동산’의 모습인 것처럼 신도들이 여기게 하고 길들인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일명 ‘그루밍(길들이기)’범죄로도 일컬어졌다. 가해자에게 정신적으로 예속되어 있기 때문에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성폭행 시도에 저항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 만민중앙측 서점에 판매되는 이재록 씨의 사진, 우측 하단은 열쇠고리다

그러나 만민측은 이런 피해자측 주장에 대해 “당회장 목사님은 늘 비서와 동행하며 행동이 투명하게 오픈돼 있는 분이다”며 “방송에서 제기하는 성폭행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반박하는 중이다.

현재 구속된 신옥주 씨에 대해 경찰은 8월 3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고 이미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록 씨는 8월 16일, 20일 오후 2시 공판이 계속된다.

극단적 사이비성을 가진 단체가 어떻게 교세 키웠나?
신 씨에 대해 합신은 2014년 99회 총회에서 이단, 고신은 2015년 65회 총회에서 참여금지, 합동은 2016년 101회 총회에서 집회참석금지, 통합은 2016년 101회 총회에서 이단성 인사로 규정했다. 신 씨는 2008년 은혜로(현 위치: 경기도 과천)를 개척했고 유튜브 설교를 통해 모인 교인을 중심으로 교세를 키워왔다. 은혜로는 국내외 13개 지교회를 만들었는데 일본 도쿄, 오사카, 야마나시, 호주 시드니, 미국 뉴욕 등에 지교회를 세웠다. 기독교인들의 집회 장소에 나타나 ‘성경과 다른 거짓말’이란 제목의 전단지를 뿌리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신 씨가 한국을 비롯 해외에도 교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유튜브였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은혜로에 빠져 피지까지 갔다가 탈퇴한 한 신도는 “유튜브를 통해 2~3년 가까이 신옥주 목사의 설교를 듣다가 은혜로교회를 출석하게 됐다”며 “신옥주 목사는 기성교회의 잘못된 점을 많이 지적했는데 그때 아주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한다. ‘교회안의 무당’이라고 쓴 한국교회를 비판한 전단지와 신 씨의 책을 읽고 은혜로에 빠졌다고 한 신도도 있었다. 결국 한국교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접근이 교회에 불만을 가진 신도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며 매력적으로 비친 경우도 적지 않다. 또다른 신도는 “2008년 목회자 세미나를 중점으로 하다가(이런 이유로 초기에 목회자 부부가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2013년 무렵부턴 평신도 교인들 대상으로 포교가 진행됐다”며 “기성교회 비판, 교회나 삶에서 상처 받은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해 위로를 주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박형택 목사(이단상담소)는 “신천지나, 신옥주 목사의 은혜로교회처럼 이단들은 비유풀이로 말씀을 해석하는데, 여기에 성도들이 미혹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교회가 제대로 성경을 가르쳤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목사는 “은혜로교회의 피해자의 아내가 유튜브 방송을 보고 신옥주 측에 빠지게 된 사례와 같이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의 이단적 내용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천국의 모습을 재현했다는 만민측 강단

이재록 씨(만민 담임)는 1982년 13명의 신도와 함께 만민중앙교회를 개척, 2만여 신도를 이끌게 됐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 1990년 69회 총회에서 이단, 통합 1999년 84회 총회 이단, 합신 2000년 85회 총회 참석금지, 고신 2009년 59회 총회 이단, 기감 2014년 31회 총회 예의주시 규정을 했다. 이 씨가 개척 이후부터 지금까지 고수했던 방식 중 하나는 ‘대언자’ 목회였다. 방언과 통역, 예언 등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한다는 대언을 통해 직접 하나님의 음성과 뜻을 전달해 주는 방식으로 신도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첫 번째 대언자가 한OO 씨, 한 씨가 만민을 떠난 후 짧지만 양OO 씨가 잠깐 대언 역할을 했다. 현재 대언하는 이OO 씨가 세 번째인 셈이다.

믿음의 분량과 그에 맞는 천국의 등급을 통해 신도들에게 ‘목표 의식’을 뚜렷하게 안겨 준 점도 특징이다. 믿음의 분량은 ‘반석’, ‘영’, ‘온영’ 단계로 나눴고 천국도 낙원, 1천층, 2천층, 3천층, 새예루살렘, 목자의 성 등으로 나눠 믿음의 분량에 따라 갈 수 있는 천국도 다르다고 명확하게 차등을 뒀다. 중요한 점은 믿음의 분량을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재록 씨와 대언자에 속한 이OO 씨 등 극히 일부였다. 자연스레 교인들의 정성, 헌금 등이 두 사람에게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믿음의 분량은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대판 만민측 카스트제도’에 다름 아니다. 온영급이 되는 사람은 거의 최상위급 신분인 부라만, 반석도 못되는 일반 신도들은 ‘수드라’ 정도로서 모든 헌신과 열정을 다해 온영에 오르기 위해 ‘봉투’ 외에 온갖 헌신을 다 바쳤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 씨는 창조의 권능 등 각종 이벤트를 통해 신도들에게 병고침의 희망을 안겨줬다. 무안단물, 기도한 손수건 등이 그것이다.

만민을 탈퇴한 한 목회자는 “치병이나 신유 집회를 하면 이단사이비 단체에 장로, 집사는 물론 심지어 목회자와 사모들도 왕래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며 “일단 ‘살고 보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생명부터 보존하자’는 욕구가 있는 중병환자들이 이단 사이비인 만민으로 몰려 왔다”고 분석했다.

▲ 10년형을 채우고 2018년 2월 출소한 정명석 교주

어떤 교주들이 구속사 써왔나?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교주들의 구속사(拘束史)는 6명 정도가 써왔다. 가장 가까이는 정명석 교주(기독교복음선교회)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10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금년 2월 출소했다. 영생교의 조희성 교주가 1995년 4월 29일 대법원으로부터 신도들의 헌금 3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2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신도 6명의 살해를 지시한 혐의(살인교사)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2004년 5월 24일 열린 2심에서는 범인도피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복역 중인 2004년 6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무덤에 ‘재림예수님의 묘’라고까지 묘비명을 단 구인회 씨(천국복음전도회)도 전과가 화려하다. 구 씨는 1976년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시한부종말론을 내세워 부녀자·청소년이 대부분인 신도 2천여명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뜯어내는 등의 상습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가 1976년 역시 감옥에서 사망했다.

이외에도 <자칭 한국의 재림주들>(현대종교)에 따르면 박태선 씨(천부교)도 1958년 12월 24일, 1961년 1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서 폭행, 부정선거, 혼음, 횡령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자신을 재림예수로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교주들과 성격 차이는 있지만 소위 구원파로 분류되는 기독교복음침례회(정통 교단인 기독교한국침례회와 전혀 무관함)의 대표격 인사인 유병언 씨도 1992년 9월 22일 상습사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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