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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의 요한계시록 소설, 걱정부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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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의 요한계시록 소설, 걱정부터 된다
  • 정윤석
  • 승인 2013.04.3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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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창법’으로 유명한 CCM 가수 소향이 “요한계시록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썼다”고 4월 22일 CGN TV ‘토크 콘서트 힐링유’에서 밝혔다. 이미 1권의 출판을 맡겼고 시리즈로 낼 생각이라고 한다. 농담하듯 유쾌하게 자신의 생각을 토크쇼에서 말했다. 그러나 소향의 얘기를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여서만이 아니다. 그 소재가 ‘요한계시록’이어서다. 책임있게 요한계시록을 소설화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몇 가지 점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 요한계시록을 기반으로 소설을 썼다는 CCM가수 소향(CGN TV 캡쳐)

요한계시록이나 종말을 주제로 한 소설 때문에 한국교회가 많은 혼란을 겪었다
지금까지 요한계시록을 소설화한 작품 중 이름을 날린 것은 어네스트 엥글리의 <휴거>(1978년), 시인 송명희 씨의 <표>(2004년) 등이다. 1978년에 출간된 어네트스 엥글리의 <휴거>의 경우 당시 200만부가 팔린 초 베스트 셀러다. 그러나 이 책은 휴거, 7년 대환란을 역사의 특정 시기에 대입하는 세대주의적 입장으로 풀어간 소설이다. 이 책은 시한부종말론자 이장림에 의해 ‘인류의 종말을 예고한 하나의 계시소설’로 포장돼 한국교회에 소개됐다. 이후 불건전한 종말운동이 한국교회에 봇물터지듯 일어났다. 1988년 다미선교회가 출범했고 1992년 10월 28일 휴거를 주장하는 시한부종말론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득세한다. 소설 <휴거>가 한국교회에 불건전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시인 송명희 씨의 <표>(2004년 드림북)도 소설이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썼다는 이 책은 출판한 지 1년이 조금 넘어 10쇄를 찍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책 역시 <휴거>처럼 세대주의적인 관점에서 쓰였다. ‘휴거’, ‘안전칩=짐승의 표’ 등이 소설 속에 등장한다. 송 시인은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의 주장을 빌어 “미국 주도하에 전세계적으로 시행되는 안전칩(일명 베리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이 요한계시록에 언급된 짐승의 표”라며 “그리스도인은 그 표를 분별없이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현재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베리칩’을 짐승의 표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 송 시인의 영향이 적지 않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짐승의 표’는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부터 재림의 시기까지 교회사 전체를 통틀어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를 박해하는 세력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송 시인 같은 유명인사들의 세대주의적 해석에 기초한 소설의 영향으로 ‘베리칩=짐승의 표’라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다.

사이비 종말론으로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에서 ‘광신적 집단’으로 비쳐졌다

▲ 가장 아래에 있는 책이 사이비 종말에 큰 영향을 준 '휴거'다
소설 <휴거>가 많은 사람을 잘못된 사이비 종말론에 빠지게 했다. 한국에선 1992년 시한부 종말로 나타났고 이 사건이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당시 시한부 종말을 추종하며 ‘휴거’되기 위해 가정을 버리고 가출한 아내, 남편, 학교를 자퇴한 자녀 등으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건강한 가치관과 시민의식을 심어주어야 할 한국교회는 이때부터 사회적 무질서와 혼란을 가중시키는 광신자 집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견해도 있다. 박용규 교수(총신대)는 한국사회에 반기독교적 정서가 확산된 시점을 1992년 시한부종말론의 발흥 때부터로 본다. 성경을 잘못 해석하고 이해하면 그 결과가 정말 끔찍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요한계시록 관련 소설들이 '세대주의적' 관점으로 편향되게 치우쳤다

▲ 송명희 시인의 소설 '표'
지금까지 나온 ‘요한계시록’을 토대로 한 소설은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세대주의)의 입장에서 만들어졌다. 사실 소설을 쓰기에는 세대주의적 관점을 취하는 게 가장 좋다. ‘환란적 공중재림(휴거)’, ‘7년대환란(지상), 7년 혼인잔치(천국)’, ‘예수님의 지상재림’, ‘천년왕국’, ‘최후 심판’ 등 요소요소가 매우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극적 요소를 잘 갖춘 세대주의는 현실에선 시한부 종말이라는 매우 불건전한 흐름으로 이어지기 십상이었다. 세대주의를 주장하던 존 다비(1800년~1882년)도 사람들을 ‘휴거’ 열풍으로 몰아갔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도 세대주의적 종말론에 기초한 <요한계시록 강해>를 1980년대에 선보이며 시한부 종말론의 득세에 힘을 실어준 요소가 있다. 사이비 종말론 뒤에 세대주의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종말론에는 크게 3가지 견해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아닌가. 전천년설, 후천년설, 무천년설 등 다양한 견해를 조금이라도 파악하고 건전한 해석학적 바탕위에서 요한계시록 소설이 만들어져야 한다.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한 자유롭게 펼치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게 아니다. 요한계시록을 소재로 판타지 소설을 쓴다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며 이해한다. 마지막 때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크리스천이라면 그 상상력조차도 한국교회에 덕을 세우는 방향으로 발휘돼야 한다. 한국교회는 사이비 종말론으로 인한 상처가 깊다. 최근 유행하는 요한계시록 해석의 불건전한 흐름에 소향이라는 또 한명의 유명인사의 이름을 얹지 않도록 주의해주길 당부한다.

--- 요한계시록을 소설로 쓰고 싶다는 CCM 가수 소향 씨 ------
“(진행자가 '가수'외에 또다른 꿈이 있다고 질문하자)저는 소설을 썼는데 그게 이제 판타지 소설이에요. 이상하죠? 성경을 기반으로 한, 마지막 때, 요한계시록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소설을 썼거든요. 그걸 시리즈로 낼 생각이에요. 그래서 지금 1권을 출판사에다 맡겼어요. 그래서 재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소설을 일단은 냈다는 게 꿈이었구요. 저는 이 소설을 내기 전에 시나리오를 먼저 쓰려고 했어요. 요한계시록에 대한 영화화를 십몇년 전부터 꿈꾸고 있었어요. 이걸 영화로 만들면 진짜 멋있을 텐데 정말 엄청난 게 이 안에 있는데 그 누구도 손을 못대는 판타지적인 책이었어요.”(CGN TV ‘토크 콘서트 힐링 유’ 2013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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